[리뷰/PS3] 아이언맨3

게임 2010/06/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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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임의 옷을 입다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시대라고 했던가. 요즘 세상에서는 콘텐츠들이 하나의 매체에 머무르지 않고 종이를, 스크린을, TV화면을 이리저리 뛰어 넘나들며 다양한 세계를 만들어내곤 한다. 특히 본 게임 아이언맨2의 주인공 아이언맨을 비롯한 여러 북미 코믹스의 캐릭터들의 변주는 그야말로 현란할 지경. 매력이 철철 넘치는 각종 히어로들이 지면을 뛰쳐나와 영화에서, 게임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약하는 모습은 소재가 매체를 초월하는 현대의 문화산업의 특성과 향후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일종의 파라미터와도 같다. 대중문화란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에 의해 그 흐름이 결정되는 바, 이러한 크로스오버는 지극히 효율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

한때 비디오게임이라 하면 그저 어린아이들의 코 묻은 돈이나 갈취하는, 백해무익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진 표현력의 향상, 시장의 확대에 따른 고급인력의 유입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 온 결과, 현재는 하나의 문화산업의 영역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타 매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디오게임의 영역 안으로 여타 매체의 콘텐츠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과거에도 물론 게임과 타 매체 간의 크로스오버 시도는 존재했지만 그것은 현재와 같은 본격적인 흐름이라 보기엔 한계가 있다)한 것은 일견 당연하다. 이미 게임시장은 상업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차고 넘친다.

이제 본 게임 아이언맨2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이언맨은 미국 마블코믹스사의 인기 캐릭터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최근 2편까지 영화화 되었다. 게임 아이언맨2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2의 게임판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등장인물, 메카닉디자인 등은 오리지널 코믹스판이 아닌 영화판의 것을 채용하고 있다. 오리지널을 영화로 변주한 작품을 다시 게임으로 변주했다는 데에서 현대의 크로스오버 경향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여하간 게임 아이언맨2는 코믹스가 아닌 영화 원작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할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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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슈팅의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액션게임

플레이어의 분신이 될 게임 상의 주인공은 영화판과 동일한 토니스파크(아이언맨)와 로디(워머신)다.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동료들의 면면 또한 영화와 큰 차이는 없다. 반면, 게임캠페인의 내용은 원작 영화와는 전혀 다른 S.H.I.E.L.D(마블코믹스의 또 다른 유명 캐릭터인 닉퓨리가 이끄는 대테러조직) 내에서의 아이언맨들의 활약을 다룬 고유의 스토리라인이다.

물론 등장하는 적들의 면면 또한 영화에서 만나볼 수 없던 뉴페이스들이다. 굳이 영화와 관계설정을 하자면 영화 이후의 사건을 다룬 외전 격의 이야기쯤이 적당할 듯. 이 점이야 원작영화의 플롯 자체가 액션게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구성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 미루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게임의 구성은 전형적인 액션게임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필드를 누비며 적을 쓸어버리고, 획득한 포인트를 이용하여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한다. 적절한 시점에 제법 임팩트 있는 보스가 등장하며 단순히 적을 쓸어버리는 액션뿐 아니라 지역방어, 탈출 등의 미션을 통해 게임 레벨의 완급을 조절한다.

게임의 조작은 상당히 생소한 편. 언뜻 보았을 때는 기어즈오브워나 바이오하자드4 등의 TPS게임의 시점 및 조작과 비슷해 보이나 실제 움직여보면 전혀 이질적이다. 오히려 에이스컴뱃류의 플라이트슈팅게임의 조작방식에 더욱 가깝다. 여기에 TPS게임의 시점과 격투액션게임의 조작감이 묘하게 혼합되어 있다. 이는 아이언맨이라는 유닛 자체가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인간형 병기라는 특성 때문인 듯 한데, 사실 아이언맨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 외의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상당히 세밀한 편이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각종 파츠들을 조합하여 무기를 만들어 낸 후에, 이를 아이언맨 수트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수트 또한 종류가 꽤 다양하다. 새로운 수트의 획득은 캠페인 진행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무기와 수트 뿐 아니라 근접공격 방식 또한 사전에 세팅이 가능하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즈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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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부실공사

분명 게임의 구성요소 전반을 살펴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무난한 구성이다 할 만큼 교과서적이다. 최근의 액션게임의 경향을 최대한 반영한 듯, 액션의 구성요소가 빠지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몇몇 시도들은 상당한 고민의 흔적과 신선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실제 게임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의 느낌은 재미를 갈구하는 내면의 욕망이 손바닥만한 상자 안에 갇힌 듯한 막막함에 가깝다.

일단 첫인상부터가 좋지를 않다. 인간의 오감 중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 시각적 요소, 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충족시켜주어야 할 비쥬얼의 완성도부터가 낙제점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을 하나도 닮지 않은 캐릭터 모델링, 전혀 금속의 질감을 살리지 못하는 아이언맨을 비롯한 각종 메카닉의 디테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을 보는 듯한 지독한 저해상도의 텍스쳐, 뭐 이런 것들은 다 감안한다 치더라도 이펙트 하나만 터져도 거의 슬라이드쇼를 방불케 하는 테러수준의 프레임드랍의 경우에는 정말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

여기에 가끔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튕겨 나가는 카메라 앵글까지 합세하면 말 그대로 눈이 아파서 더 이상 화면을 주시하기조차 힘들어질 지경에 이른다. 그나마 볼만한 것은 아이언맨 특유의 움직임을 잘 살린 모션의 섬세함이지만, 셀 수도 없을 만큼 튀어나오는 무수한 단점들에 가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슈팅과 액션의 요소가 뒤섞여 있는 생소한 조작감은 말 그대로 고역이다. 그 통합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플라이트슈팅도 아니고 액션도 아닌 기묘한 조작체계는 너무나도 낯설 따름이다. 그것만으로도 쉽사리 익숙해지기 힘들 터, 여기에 게임패드의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조리한 버튼 배치가 딴죽을 더한다. 이쯤이면 아예 쾌적한 조작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 손에 달라붙는 듯한 손맛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손가락이 아파 플레이를 멈출 수 밖에 없는 조작감만은 피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플레이어의 지나친 욕심인 것일까.

게임 중간중간, 요즘 액션게임의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는 버튼커맨드식 액션이 튀어나오곤 한다. 하지만 절대 갓오브워 시리즈 등에서 느꼈을 호쾌함을 기대해서는 금물. 커맨드의 단조로움은 일단 차치하고, 커맨드 액션 내내 아이언맨이 화면 상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조차 드물다. 심지어 이펙트 몇 개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 채 효과음만 울려퍼지고 있는 상황(이 와중에도 프레임드랍 작렬로 슬라이드쇼를 연출 중)도 종종 경험하게 된다. 화면 상에 자신이 조작하는 유닛이 아예 잡히지를 않으니, 이건 뭐 연출의 좋고 나쁨을 논할 계제도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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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아이언맨2의 카메라앵글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플라이트슈팅과 격투액션의 요소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여겨진다. 주관적인 1인칭시점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플라이트슈팅의 앵글과 객관화가 생명인 일반 격투형 액션의 현란한 앵글은 말 그대로 상극. 역시나 앵글 상에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도 주로 슈팅 플레이에서 근접전 플레이로 급하게 전환되는 상황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하면 엉성한 자동조준 시스템에 의한 시점의 꼬임 정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나름 세세하게 나뉘어 있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그 세세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경우다. 타 게임의 간단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업그레이드 시스템과 달리, 아이언맨에서는 연구를 통해 파츠를 개발한 뒤, 이를 다시 무기의 형태로 조합하여, 자신이 선택한 아이언맨 수트에 최종 장착하여야만 투자한 결과가 반영되는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른바 묻지마 식의 업그레이드로는 아무런 효과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반드시 그것의 신중한 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만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

한 마디로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 호쾌함이 생명이어야 할 액션게임에 있어 이러한 전략성 과잉의 시스템은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다. 게다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은 화면인터페이스의 구성, 업그레이드 이전과 이후의 별반 차이 없는 화면 연출 등 또한 업그레이드의 의욕 자체를 잃게 하는 치명적인 요소다. 노력은 수고로운데 반해 눈에 보이는 효과는 사사로우니, 결국 몇 번 건드려보면 골치 아파서라도 하기가 싫어지는 짐과도 같은 시스템인 셈이다.

모독당한 대중

대개의 영화원작의 타이틀들의 면면을 보자면, 졸작의 평과 함께 쓸쓸히 묻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본 게임 아이언맨2 또한 역시나 별반 다르지는 않다. 이것이 본 게임을 비롯한 일부 타이틀만의 문제라면 제작사의 성의와 능력을 탓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영화원작의 타이틀의 일반적인 문제라면? 그렇다면 단순히 한 타이틀의 완성도 문제가 아닌 일종의 구조적인 문제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게임 아이언맨2의 경우, 만약 제대로만 완성되었더라면 결코 졸작은 될 리가 없는 무난하면서도 교과서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아이언맨의 모션에 대한 섬세한 묘사나, 플라이트슈팅과 기존의 액션을 조합하고자 했던 시도 등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제작사의 잠재력을 항변하는 듯한 참신함이 담겨 있다. 결국, 아이언맨2라는 게임타이틀이 이토록 누더기가 된 원인은 전적으로 환경의 문제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분명 게임 아이언맨2는 만들다 만 듯한 뉘앙스가 여기저기에 뚜렷한 게임이다. 최적화조차 되지 않은 질 낮은 그래픽 퍼포먼스, 테스트 및 후보정을 거치지 않은 듯한 일관성 없는 카메라앵글, 사용자의 편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조작체계와 화면인터페이스 등등. 이 모든 것의 원인을 세세하게 밝혀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단, 그 총체적인 원인을 유추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원작의 게임은 멍에와도 같은 아래의 두 가지 조건에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첫째, 모든 영화원작의 게임 타이틀은 무조건 영화의 일정에 맞춰 제작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

“둘째, 게임의 출시시점은 영화 개봉시점과 절대적으로 일치해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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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언맨2 또한 이 멍에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이는 게임 내 콘텐츠들의 상당 수가 영화의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출시일이 실제로 영화 개봉 시기와 일치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무거운 멍에 아래에서는 게임개발이라는 섬세한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요건과 변수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어차피 게임이 누더기가 되어 시장에 나온다 하더라도, 영화 원작의 후광 아래에서 의미 있는 매출은 나올 테니까. 그로 인한 피해자는 브랜드에 속아 게임을 구매한 ‘힘없고 무지한’ 소비자들일 뿐이니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나중에 돌아올 부메랑은 나중 몫이다. 그리고 부메랑에 맞을 이가 알아서 하면 그만이다.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고집으로 상품을 팔아야만 하는 시기를 놓친다면 그것만한 바보짓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기일은 무조건 엄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지독하게 부조리하다 할지라도.

억측이기를 바라지만, 게임업계 전반은 그 누군가에게 심하게 얕잡아 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억측일 것이다. 억측이어야만 하고.

미디어잇 리뷰어/ 까치발

편집: 미디어잇 김형원 기자 akikim@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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